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바퀴가 닿는 곳까지, 차와 함께한 도망자의 기록

by 투자판다 2025. 5. 11.

    [ 목차 ]

우리는 자동차를 보면 흔히 일상과 편리함을 떠올립니다. 아침에 학교나 직장에 가기 위해 타고, 주말에는 가족과 나들이를 떠날 때 사용하는 도구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자동차가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도망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 글은 한 도망자의 이야기를 통해, 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삶과 자유, 선택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도망자는 범죄 영화에 나오는 도망자처럼 어두운 그림자를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은 감정, 누군가에게 쫓기는 마음, 혹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그런 감정을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적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도망이라는 낯선 단어를 낯설지 않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바퀴가 닿는 곳까지, 차와 함께한 도망자의 기록
바퀴가 닿는 곳까지, 차와 함께한 도망자의 기록

 

 

1. 엔진에 불을 붙이다. 첫 번째 도망

처음 차를 몰고 도망치기로 결심했던 날은, 비가 오던 저녁이었다. 작은 원룸 창문 밖으로 쏟아지던 빗방울은 마치 내 마음속 혼란을 닮아 있었다. 휴대폰은 몇 번이나 울렸고, 알림창에는 상사와 부모님의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너 왜 또 회의 빠졌냐,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니라는 말들이 글자 속에 숨겨져 있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동차 키를 들었다. 흰색 중고차 한 대. 5년 전, 사회 첫발을 내디디며 샀던 차였다. 그 차에 올라탔을 때,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연 느낌이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어디든 좋았다. 바퀴가 굴러가는 대로, 엔진이 허락하는 만큼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머릿속이 점점 맑아졌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불빛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음악, 그리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와이퍼 소리까지. 모든 게 나를 감쌌다. 마치 차 안은 세상과 분리된 하나의 섬 같았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머릿속은 가벼워졌고, 현실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나는 무작정 바닷가까지 갔다. 밤새 운전한 끝에 동이 트는 해안도로에서 차를 세웠다. 피곤하고도 후련한 기분이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도망을 가능하게 해주는 특별한 친구라는 걸 알았다. 차는 내가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작은 우주였다. 그리고 그 도망이, 내 마음을 조금은 구해줬다.

 

2. 길 위의 고백, 도망은 여행이 된다

처음의 도망은 충동이었지만, 그 다음은 조금 달랐다.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 점점 습관이 되었다. 어떤 날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퇴근하자마자 시동을 걸었다. 어떤 날은 그냥 누군가와의 말다툼이 이유였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 차가 있었고, 도로는 열려 있었다.

차 안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혼자 있다는 건 오히려 편안했다. 누구의 시선도, 누구의 기대도 없는 그 공간에서 나는 진짜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때로는 창밖을 보며 울기도 했다. 가끔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 순간들 하나하나가 마치 내 속마음을 정리해주는 작은 고백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망은 여행이 되었다. 처음엔 피하려고 탔던 차지만, 이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되어버렸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차 안에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는 따뜻한 우동, 낯선 도시에서 마주한 이름 모를 카페,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조금씩 바꿔놓았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대화도 큰 힘이 되었다. 어느 시골 주유소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는 내게 길 잃어도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살아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은 도망자였던 내 마음에 닿았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차 덕분에 나는 낯선 곳에서 따뜻함을, 그리고 위로를 만날 수 있었다.

 

3.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도망 이후의 이야기

하지만 도망은 영원할 수 없다. 아무리 차가 멀리 데려다 준다 해도,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 현실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도망은 잠시뿐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도망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가였다.

어느 날, 나는 차 안에서 오래된 공책을 꺼냈다. 도망 다니는 동안 메모해두었던 문장들, 노래 가사, 내 마음을 적은 짧은 글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던 문장들이 이제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문득,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로 돌아가는 건 무섭다. 하지만 예전의 내가 아니다. 도망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고, 그 시간들이 내 안의 단단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제 도망이 아닌 선택으로 돌아가려 한다. 차는 여전히 내 곁에 있지만, 이번엔 도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동반자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겪은 후에야 알게 됐다. 도망은 실패나 약함이 아니라, 멈추기 위한 용기였다는 걸.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 잠시 떠나는 것이 더 용감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동차는 그 용기를 실어 나르는, 아주 특별한 바퀴 달린 친구였던 것이다.

 

결론

누구나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방 안의 이불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혼자 걷는 산책일 수도 있죠.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바퀴가 달린 자동차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처럼 말이에요.

도망은 때로 겁쟁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도망은 또 다른 형태의 용기라는 것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마주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일 수 있다는 것을요. 차는 그런 여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용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결국 도망은 돌아오기 위한 한 걸음일지도 모릅니다. 달아났던 만큼 다시 설 수 있고, 멀리 간 만큼 더 넓은 시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바퀴가 닿는 곳까지 달려본 사람만이, 다시 걸어갈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도 언젠가 그런 도망을 떠날지 모릅니다. 그때, 차가 곁에 있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도망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